이달의 작가 응모작 | 소설 부문 | 기억 여행자의 낙서질 note 4-6

in zzan •  2 years ago  (edited)

가난한 집 남자는 무조건 공고에 가야만 하는 줄로만 알았다. 내가 공고에 가는 건 당연한 수순이었고 난 당연하게도 공고에 갔다. 그래도 공고 중에서도 최상위 공고에 갔다. 내 중학교 최종 내신은 상위 14%였고 서울에 있는 최상위 공고 어디든 갈 수 있는 성적이었다. 아니, 살짝 간당간당하긴 했다. 주위에선 자동차과에 가라고 했고 난 절대 망하지 않는 산업인 자동차를 배우기 위해 ㅇㅇ공고 자동차과에 지원했다. 그때 담임이 '작년 커트라인에 딱 걸리는 성적이라 조금 불안하니까 조금 낮은 곳으로 넣다.'라고 했지만 난 '떨어지면 인문계 갈래요.'라고 대답했다. 나중에 생각해보면, 차라리 그때 떨어져서 인문계에 갔으면 더 좋을 뻔했다. 최상위 공고라고는 했지만,,, 공고가 그런 곳인 줄은 정말 몰랐다.

중학교 때 그래도 공부좀 했다는 사람만 모인 자동차과였다. 전자과 다음으로 커트라인이 높았고 모두 모범생들로만 보였다. 그리고 첫 모의고사를 치고는 모두들 쇼크를 먹었다.

'와~~~ ㅋㅋㅋㅋ 와~~~ ㅋㅋㅋ 웃음밖에 안 나와. 나 그래도 중학교 때 반에서 10등은 했거든. 그런데 꼴등이야. ㅋㅋㅋㅋ'

여기저기서 이제야 현실감을 찾은 웃음소리가 퍼져 나왔다. 한 반에 대략 50명. 이 학생들은 모두 중학교 때 상위 14%에는 들었던 학생들. 최상위는 아니더라도 상위권 애들만 모여 있으니 등수가 정말로 개그라고 할 수밖에 없었다. 나는 다행히도 중간은 했으니, 정말 다행중 다행이었다. 그 후로 내 성적은 계속 우상향을 했고 등수도 한 자리대로 들어갔다. 상위 14% 친구들과의 경쟁에서 괜찮은 성적이었다. 하지만 결국 영어가 발목을 잡았다. 다른 과목 아무리 만점 받아봐야 영어 최하위 점수는 어떻게 할 도리가 없었다. 난 총점으로는 전교 1등을 했지만 단위점수로는 5등 이상을 넘어가질 못했다.

영어가 문제였다. 지긋지긋한 영어성적. 총점으로는 1등. 그러나 단위점수로는 5등. 여기에 수학여행비를 내지 못해 수학여행에 못가면서 난 삐뚤어지기 시작했다.

이까짓 공부 해서 뭐해!

돈이나 벌자!

난 가정 형편이 비슷한 친구들과 어울리기 시작했고 그들과 아르바이트를 하러 다녔다. 처음엔 전단지 돌리는 알바를 했는데, 경찰을 피해다녀야 한다는 걸 알고는 하기 싫어졌다. 그래서 그만 두고는 겨우 고등학교 2학년에 어떤 아르바이트를 할 수 있는지 찾아다녔다. 신문을 돌리기도 했다. 그러던 어느날 나와 가정 형편이 비슷한 그 친구가 식당에서 서빙하는 아르바이트를 고등학생도 할 수 있다고 알려줬다. 자기도 시작한 지 얼마 안 됐다며 같이 가보자고 했다.

내가 나온 고등학교는 서울 한복판에 있고 자동차과가 있는 학교라서 검색하면 다 나오겠지만 여기에 직접 적진 않겠다. 학교에서 버스를 타고 조금만 가면 종로였는데, 난 그날 친구 따라 처음으로 종로라는 곳에 가봤다. 종로. 말로만 들어본 종로. 정말로 그 친구 말대로 식당이나 분식점에 '아르바이트 구함'이라는 종이가 붙어 있었다. 그 친구가 일하는 곳은 지금 아르바이트를 구하지 않는다며 일할 아르바이트를 같이 구하러 다니자고 했다. 난 친구 따라서 몇 분식점에 들어갔고, 그 중 한 곳에서 내일부터 출근하라는 말을 들었다.

시급 1,200원. 내가 받은 시급이다. 하는 일은 서빙이었는데, 난 만두를 담당하게 됐다. 만두를 찌고 만두를 서빙하는 일이었는데 재미도 있고 일은 할만 했다. 서빙은 대학생 세 명과 고등학생 몇 명이었고 모두들 둘씩이었다. 나만 혼자였다. 내가 출근하고 얼마 안 돼서 대학생은 모두 나갔고 남은 사람은 고3 누나 한 명, 그리고 모두 고2였다. 사장이 일부러 고2만 뽑은 건지 한 명을 제외하고는 모두 고2였다.

"야, 안녕! 넌 이름 뭐야?"

"어? 나? 나, 영진."

"까르르... 너 엄청 귀엽게 생겼다."

"어? 어."

"너 남고지? 너 공학이었으면 인기 많았겠다. 잘생겼네."

난 남중을 나왔고 남고를 다니고 있었기에 여학생과 대화를 해보는 건 처음이었다. 할 말도 딱히 없어서 늘 말 없이 일만 했다. 다들 2명씩 친구와 일했기 때문에 나만 조금은 외톨이였달까. 그래서 나한테 만두를 찌게 했는지도 모르겠다.

딱 한 명인 고3 누나도 혼자여서 난 주로 그 누나와 밥을 먹었다. 아르바이트생들은 피크타임이 끝난 9시는 돼야 저녁을 먹을 수 있었는데, 한참 먹을 청소년이 그때까지 기다리기란 힘든 일이기도 했다. 난 그 누나와 밥먹는 게 좋았다. 그 누나가 너무 멋있어 보여서였다. 그 누나는 완전 쌩머리에 단발이었는데, 앞머리도 옆머리만큼 기른 단발머리였다. 드레곤볼에 인조인간 18호처럼 생겼고 머리도 딱 그랬는데, 머리가 검정색인 것만 달랐다. 그 누나는 밥먹을 때면 왼 손으로 머리를 붙잡고 먹었는데, 난 그 모습이 너무 멋있어 보였다. '아~~ 나도 머리 길러서 왼 손으로 머리 붙잡고 밥 먹고 싶다.'라는 생각을 할 정도였다. 그리고 난 정말로 머리를 길렀는데, 고3 여름방학 땐 정말 단발머리만큼 길렀고, 거기에 스트레이트 파마를 한 다음 한 손으로 머리를 붙잡고 밥을 먹었다. 정말 기분 최고였다.

아르바이트생들은 보통 한 달이나 두 달만 일했다. 일이 힘들어서 오래 일하는 알바생들이 없었다. 그래서 내가 알바를 한 지 겨우 두 달만에 최고참이 될 수 있었다. 그리고 겨울 방학이 시작됐다. 그러면서 작년 겨울방학때 일했던 애들이 우르르 몰왔는데 겨울방학이라 다시 왔다고 했다. 남자는 나 포함 3명이 전부였고 여자가 8명쯤 됐다. 여자는 모두 고2였고 남자는 나만 고2에 2명은 고1이었다. 우르르 몰려온 여학생들 중에 한 명만 남고 대부분 얼마 안 하고 그만 뒀는데, 내가 원인이었던 것 같다. 나는 고참이었고 작년에 일했다가 다시 온 여학생들도 나름 경력자였다. 그런데 일은 내가 더 잘했다. 그바람에 내가 일을 지시하고 관리했으니 그게 꼴보기 싫어서 그만둔 것이다. 하지만 단 한 명은 내가 범접할 수 없는 실력자였으니, 그 애는 주방에서 나온 음식을 빼는 일을 했고 실력이 대단했다. 그 애가 바로 내 소설 또또통 주연급 등장인물 소휘의 실존인물. 실명은 적지 않고 소휘라고 부르겠다. 혹시라도 이 소설을 본다면 내게 연락 주기 바란다.

소휘는 늘 웃는 얼굴이었고 내게 무척이나 친절했다. 작은 키에 긴 생머리였는데, 머리가 어마어마하게 길었다. 학교는 서울에 있는 여상 중에 최상위 여상에 다니고 있었다. 얼굴도 작고 눈도 작았는데, 웃을 땐 나처럼 눈이 감길 정도로 눈이 작았다. 우리 둘은 호흡도 잘 맞아서 둘만 있으면 식당 홀이 돌아갈 정도였다. 소휘와의 스토리는 또또통 1부에 매우 상사하게 적었기 때문에 겹치는 부분은 적지 않겠다. 음,,, 겹치지 않는 내용이 뭐가 있더라... 모든 여자에게 친절하다며 내게 '신사병 환자'라는 별명을 지어준 사람이 소휘였다. 우린 친해도 너~~무 친해서 정말 또또통에 적은 것처럼 사귀는 사이라고 소문이 날 정도였다.

난 소휘와의 좋은 추억으로 그 후로도 여자사람친구에 대한 거부감이 없었고, 정말로 남자보다는 여자와 더 친했다. 많은 여사친들이 내게 '네가 남자로 안 보여.' '야, 그래서 너한테 여자친구가 안 생기나봐.'라고 말할 정도였다. 여자들끼리만 하는 성적인 대화를 함께 할 정도였으니,,, 어느날은 나도 나를 여자로 착각을 하고 있을 정도였다. 탈의실도 같이 쓰고 여탕에도 같이 갈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이 들 정도였다고 말하면 이해가 될지 모르겠다. 난 귀엽게 생겼다는 이유로 누나들에게도 인기가 많았는데, 어느날 보니 내가 누나들에게 언니라고 부르고 있었다. ㅎㅎㅎㅎㅎ 정말... 그래서... 그 시절엔 여자친구가 없었던 것 같다. 그렇다고 날 이상하게 보진 마시라. 군대에 다녀온 후 성격이 초큼은 남자다워졌으니까. 흠...

난 여사친이 정말 많았다. 남친이 있을 때에도, 그리고 나는 여친이 있을 때에도 여사친과 연락을 유지했다. 그런데,,, 결혼하니까 한 명씩 연락이 끊겼다. 여사친의 남편에게 오해받고 싶진 않아 먼저 연락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결혼한 후에도 연락을 해오던 여사친이 있었는데, 그 여사친도 결국은 연락이 끊겼다. 그리고 지금은 시집 안 간 한 명 남았다. 정말 많았는데. 하지만 이 한 명 남은 여사친이 내 절친이라 괜찮다. 남자의 절친이 여자인 게 좀 재밌긴 하지만 사실이 그렇다. ㅎㅎㅎ 아내는 내 친구 이름을 이 여사친 한 명만 알 정도다. 이 절친이 헤아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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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속 되나요? 나하님 이야기는 늘 재밌습니다.

  ·  2 years ago (edited)

재밌게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쓸 시간이 안 나네요. 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