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 여행자의 낙서질 note 5-3

in zzan •  last year  (edited)

이달의 작가상 응모 | 소설 부문


"왜 난 안 돼? 왜 나랑은 결혼할 수 없어?"

"넌 그애 꺼니까. 그래서 너랑 나랑은 안 돼. 내가 몰랐다면 모를까."

"이미 죽은 지 오래야. 과거잖아. 이 세상에 없잖아. 그런데 왜 안 돼?"

"죽었어도 내가 그 애를 알고 있잖아. 걔를 생각하면 내가 마음이 너무 아파서 너를 볼 수가 없어. 내가 너무 미안해서 너를 볼 수가 없어."

그리고 한동안의 침묵.
이미 차가워진 바람이 나와 그녀의 눈물을 훔치고 지나갔다.

"사랑해. 널 사랑해. 내가 처음으로 사랑한 사람이야. 내 첫사랑이라구. 그런데 널 만날 수 없어. 이젠 널 만날 수 없어. 미안해."

"정말 그렇게 해야해? 정말 헤어져야해?"

"응. 우리 이제 그만 헤어져. 널 사랑하는데, 널 너무 사랑하는데 난 너와 결혼할 수 없어. 그러니까 헤어져."

그녀는 처음부터 아이를 알고 있었다. 그리고 사귄지 얼마 안 되어 헤어지자고 했다. 그러고도 우리는 2년을 만났다. 그리고 그녀는 2년 동안 헤어지자고 했다.

"이번엔 진짜야. 미안해 영진아. 정말 너무 미안해. 미안해. 널 사랑하는데 이러는 내가 나도 너무 미워."

그녀가 집으로 들어가는 뒷모습을 보고는 한참을 서있었다. 아침까지 기다릴 작정으로 서 있었다. 추웠다. 한겨울의 찬바람이 코와 귀를 얼렸다. 내가 집에 안 가는 걸 알고 있었던지 다시 뛰어나오는 그녀. 내 품에 안기며 울기 시작했다.

"바보. 바보야, 내가 너랑 헤어지겠다잖아. 나 말고 다른 여자 만나. 이젠 제발 헤어져. 제발좀 헤어져줘. 부탁이야. 내가 부탁할게. 내 부탁좀 들어줘. 우리 헤어져. 제발 내 부탁이야."

난 그녀를 더 세게 안았다. 그녀의 눈물이 내 볼에 느껴졌다.

"미안해."

"넌 미안할 거 없어. 나쁜 사람은 나야. 내가 차는 거야. 집에 가. 여기 서있지 말고 집에 가."

"싫어. 헤어지자는 말 취소할 때까지 내일 아침까지라도 여기 서있을 거야."

"바보야, 널 사랑한다구. 정말 사랑한다구. 우리 헤어져. 제발 집에 들어가. 우린 끝났어."

"안 돼."

"너 안 가면 나도 여기 밤새 서있을래. 나 얼어 죽는거 보고 싶으면 가지 마."

그날 난 차로 30분 거리를 걷고 걸었다. 버스를 타고 싶지 않았다. 걷고 싶었다. 그냥 마냥 걸었다. 반쯤 걸었을까... 눈물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내가 잊고 살았던 아이. 아이 생각이 나서 눈물이 쏟아졌다.

내가 아이를 잊고 살았구나. 아이를 2년 동안이나 잊고 살았구나. 내가 이 세상에서 가장 나쁜 놈이네.

이미 자정을 넘긴 시간. 갑자기 아이가 보고 싶었다. 차들이 도로를 차갑게 달리고 있었다. 저 차도로 뛰어들면 아이를 만날 수 있을까? 난 한참을 울다가 아이 얼굴을 떠올려봤다.

'죽어서도 사랑할게.'

아이가 내게 했던 마지막 말. 아이의 목소리가 들려오는듯 했다. 이제 내 눈은 눈물이 너무 넘쳐흘러 앞이 잘 보이지 않을 정도가 되었다.

그래, 아이를 만나러 가자. 그만 살자. 그렇게 나는 달려오는 차로 몸을 날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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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작가는 미 발표작만 가능해요~
https://steemit.com/zzan/@zzan.admin/5-zzan
참고 하세요~

미발표작입니다.

너무 슬픈 글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