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의 작가-단편] 장래희망

in zzan •  2 months ago 

장래희망을 발표하는 날이었다. 대통령, 과학자, 의사, 선생님, 소방관... 재각각의 꿈을 이야기하며 아이들은 희망에 가득 차 있었다. 드디어 내 차례가 다가왔다.

“돈을 많이 버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발표를 마치고 여느 아이처럼 칭찬을 들을 거란 기대에 선생님을 바라보았다. 그러나 선생님은 매우 경멸에 찬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벌써부터 돈을 밝히면 안 된다고 화를 내면서 손찌검도 하셨다. 어린 마음에 깊이 상처 받았다. 다들 돈을 벌기 위해 열심히 일하면서 왜 돈을 좋아하면 안 되는지, 돈을 많이 벌어서 어려운 사람들을 돕겠다는 꿈이 왜 잘못된 것인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다.

집으로 돌아와 부모님께 이야기했다. 내 말을 듣던 아버지는 자신의 어린 시절을 회상했다.

한국전쟁 참전 후유증으로 경제능력이 떨어지는 아버지와 아이들 입에 미음이라도 떠먹이기 위해 새벽부터 고생하는 어머니, 그러나 아무리 노력해도 해결되지 않는 가난 앞에서 아버지는 열심히 공부해서 성공하기로 마음먹었다. 절박한 상황이라 그런지 공부를 꽤나 잘하셨다고 한다. 어느 날, 장래희망을 발표하는 날이었다. 아버지는 교단에 서서 ‘돈을 많이 버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했다. 돈을 많이 벌어서 가난에서 벗어나고 싶다고, 나와 같은 가난을 겪는 사람들에게 도움을 줄 거라고 말했다. 그러나 그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선생님의 구타와 폭언이 이어졌다.

“어린 노무 XX가 벌써부터 돈에 환장했나. 너 같은 XX 때문에 나라가 썩는 거야.”

그 길로 아버지는 학교를 그만두고 장난감 공장으로 향했다. 겨우 12살이었다. 그리고 평생 공부와 담을 쌓고 오로지 돈을 벌기 위해 일만 하셨다. 만약 그 선생님이 따뜻한 위로를 건넸다면, 열심히 공부해서 성공할 수 있다는 희망을 주었더라면 이 지긋지긋한 가난이 나에게까지 이어지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혹은 부자가 된 아버지가 어려운 이웃에게 선행을 베풀어 우리 사회가 더 나아졌을지도 모른다.

아이가 어린이집에서 장래희망을 말하고 돌아왔다. 다행히도 ‘돈을 많이 벌고 싶다’라는 허황된 꿈이 아닌 ‘동물박사, 사육사’라는 평범한 꿈을 이야기했다. 문득 궁금해졌다. 만약 우리 아이가 나와 아버지처럼 ‘돈을 많이 벌고 싶다’라는 꿈을 말했더라면 선생님이 어떻게 반응했을지, 아이의 말을 끝까지 들어주었을지 말이다.

지금 나는 일 때문에 주말부부를 하고 있다. 일요일 저녁이면 회사에 가지 마라며 달라붙는 아이들을 달래는 일이 고역이다. 아빠가 일하지 않아도 우리 가족이 잘 살 수 있도록 ‘돈 만드는 로봇’을 개발하겠다는 첫째의 말에 문득 불안감이 생긴다. 혹여나 초등학생이 되어 장래희망을 발표할 때, ‘돈을 많이 벌고 싶다’라는 꿈을 이야기하지는 않을지, 그런 아이를 선생님 혹은 주변 어른들이 비난하지는 않을지 벌써부터 걱정된다.

자본주의 사회에 살아가면서 모두가 돈을 많이 벌고 싶어 하지만 그것을 함부로 말할 수 없는 사회. 특히 어린아이들에게 더욱 금기하는 돈. 각종 뉴스에서 '빚투, 영끌하여 집사기' 등이 메인으로 걸리며 큰문제라고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돈을 벌기위해 혈안이 된 사회가 싫지만은 않다. 이제 곧 맞닿드릴 검은 강물보다야 그런 사회가 더 낫지 않을까 시ㅍㄷㅏ......

아무리 돈이 좋다지만 무분별한 투기는 옳지않습니다. 요즘같이 변동성이 큰 시기에는 조심 또 조심해야겠죠~!! 날이 따뜻해졌다고는 하지만 아직 한강은 차갑습니다. 한강 가는 일이 없도록 다들 성투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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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초등학생때부터 학교에서
경제, 금융, 심지어 주식의 기초정도까지 가르쳐준다고 하니까
옛날보단 확실히 인식이 좋아졌을거같음!!ㅎㅎㅎ

이젠 '돈을 많이 벌고 싶어요!!'라고 말하면,
어떤 직업으로, 무엇을 통해서, 어떠한 방법으로 돈을 많이 벌고 싶냐며
한단계 더 생각할 거리를 반문해주는 선생님들이 분명 있을듯!!ㅎㅎ

정말 옛날쌤들은 지금시대면 거의 잡혀갈꺼예요..
아이들의 인권은 어디에 있는지..
대놓고 돈 밝히면 안된다는 주입식교육때문에 지금 이렇게 금융지식없음이 한탄스러워요.

예전에는 돈 얘기하고 그러면 천박하다는 인식이 강했던 것 같아요. 요즘엔 많이 달라졌죠^^ 돈얘기를 해야 돈이 붙는 세상입니다

뭐야 우리땐 대통령 운동선수가 탑 아니었음????????

이 포스팅은 @li-li의 "오늘의 포스팅 21.02.27"에 선정되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에라이에라이님 ㅋㅋㅋ

어릴적 선생님이 조금은 따뜻한 조언을 해주셨음 어떠셨을까 싶어요. 자신도 어릴적 시간을 다 겪고 와서 알텐데.. 어릴때 모두가 있는 곳에서 모욕적 언사를 주면 얼마나 기분이 안좋은지를요.. 참 안타까워요. 요즘 시대는 어릴때부터 주식이나 저축하는 시대인만큼 선생님들의 시각도 바뀌길 바랄 뿐이죠.

  ·  2 months ago (edited)

예전의 교육자 중에는 교육자라는 표현이 아까운 분들이 많았던듯 합니다.
지금의 교육자들은.... 주식 투자하고 영끌하고 계신 분이 많아요. 박봉이라더군요. ㅎㅎ
너무나 진솔한 글 잘 읽었어요. 역시 작가님이세요.

돈을 많이 번다는 게 나쁜 뜻은 아닌데
그 선생님은 왜 그렇게 말씀하셨을까요?
그동안 돈에 대한 그릇된 인식이
많은 사람들을 힘들게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