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의 작가-수필] 오늘은 명절이 아니다

in zzan •  3 years ago  (edited)

이달의작가.jpg

지난 토요일, 교육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문득 부모님이 떠올랐다. 다음 달이 엄마 환갑이라 방문할 계획을 가지고 있었지만 신기하게도 별다른 이유 하나 없이 부모님이 보고 싶어졌다. 한 두살 먹은 어린애도 아니고 갑자기 이런 기분이 들다니 참 이상한 일이었다. 그렇다고 내가 평소 집에 자주 가는 효심있는 사람도 아니다. 지금껏 멀리 떨어져 있다는 핑계로, 바쁘다는 핑계로, 아이들을 핑계로 명절이 아니고서는 자주 들러 보지 못하고 있었다. 마음은 항상 부모님을 생각한다고 하지만 사실 나의 얕은 효심과 나태함으로 방문을 최소화하고 있었던 것이다.

아내님에게 부산을 다녀온다고하니 흔쾌히 허락했다. 아이들을 데리고 갈까 싶기도 했지만 결혼 후에는 항상 가족들과 함께 내려가는 바람에 부모님과 함께 보내는 시간이 적었으니 이번 기회에 부모님과 많은 대화를 하고 오라며 혼자 다녀오라고 했다. 참 고마웠다. 불쑥 혼자서 시댁에 간다고 하면 제법 신경이 쓰일 법도 한데 말이다.

엄마한테 전화를 드렸다. “화요일에 내려 갈게요. 혼자 갈 거에요.”라고 별 생각 없이 말씀드렸다. 그런데 엄마 입장에서 무언가 걱정이 되었나 보다. 몇 달 전에 육아휴직을 한 것도 내내 마음이 걸렸고 불쑥 혼자서 집으로 온다니 무슨 일이 있는 건 아닌지 싶으셨나 보다. 돌연 회사를 그만둔다던지, 며느리와 다퉜다던지, 사고를 쳤다던지, 어디가 몹시 아프다던지, 여하튼 무슨 변고가 있는 건 아닌지 걱정이 되었다고... 엄마와 통화를 하고 한 시간쯤 지나서 형에게 전화가 왔다. 혹시 무슨 일이 있는 건 아닌지 알아 보라며 엄마가 연락을 하셨단다. 순전히 부모님이 보고 싶어서 내려가는 거라고, 나는 어느 때보다 행복한 생활을 하고 있다고 이야기했다. 형과의 대화를 마치고 곰곰히 생각해보니 그간 나의 행실이 적지않게 반성되었다.

그동안 나는 얼마나 가족들에게 믿음과 관심을 주지 않았기에 아들이 부모님이 보고 싶어 집으로 찾아 오는 것이 반가운 일이 아닌 걱정스러운 일이 되었을까? 명절이 아닌 날에 집으로 찾아오는 일이 자연스럽지 않게 되었을까? 그동안 내가 가꾼 가정과 삶에만 의미를 두면서 훨씬 이전부터 존재했던 나의 가족을 등한시한 것 같은 생각에 너무 죄송스러워졌다. 이 나이를 먹도록 효도는 못할만정 걱정만 끼치는 아들이라니!! 참 한심하다. 하지만 반성은 여기까지, 가족들이 너무 보고 싶은만큼 즐거움을 함께하는 것만으로도 시간이 부족하니까.

가족들과 시간을 보내면서 정말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중에서 제일 잘한 것은 부모님의 버킷리스트를 만들고 함께 하겠다고 약속한 것이다. 내가 지금 내 삶을 계획하고 성장하고 만족하는 것처럼 부모님도 앞으로 남은 삶을 더 행복하게 지내실 수 있도록 조그만한 힘을 보태어 드렸다. 그동안 가정을 지키기 위해, 우리들을 바르게 성장시키기 위해, 출가한 자식의 손주들에게 뭐라도 하나 더 챙겨주시기 위해 본인들의 삶을 돌보지 않은 부모님께서 이제는 스스로의 행복을 위한 시간을 가지시는 삶을 사셨으면 좋겠다. 자식들이 행복한 게 다라고 말씀하시는 게 아니라 이제는 정말 본인들의 행복을 먼저 챙기셨으면 한다. 자식의 행복을 바라는 부모의 마음처럼 부모의 행복을 바라는 자식의 마음도 같으니까 말이다.

오늘은 명절이 아니다. 황금연휴도 아니다. 그저 평범한 수요일이다. 하지만 나는 지금 부모님과 함께 있다.


참여 부분 : 수필
아이디 : @epitt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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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합니다용~^^

부모님 보고싶은데 애, 어른이 따로있나요!! 항상 그리운 존재인걸요~

글쵸 항상 그리운 존재입니다~
잘 해야겠어요^^

좋아요^^
마음 따뜻한 팥쥐형이 좋아요
멋지네요 부모님에 버킷리스트
멋진거 배우고 갑니다. 실천할께요^^

제가 항상 카카형님 보면서 많이 반성하고, 배우고, 성장합니다.
언제나 건강 잘 챙기시고 큰형님처럼 든든하게 계셔주세요^^

ㅋㅋㅋ 팥쥐형아~~
나 갈데가 없어,,
난 여기서 좋은분들 많이 만나서 완전 좋아
복이 많은 사람이지.
건강 확실하게 챙겨야지 나중에 한판 뜨려면~~
고마워요 팥쥐형^^

나중에 한 판 뜨려면이 왜 걸리지...
나 술상대로는 완전 허접인데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운동은 자신있다!!!

1차 풋살
2차 술
3차 음~~ 이건 뭐 !! 형 요즘 운동한다며
ㅋㅋㅋㅋㅋ

mma로 완전 몸짱 되는 중입니다.
코스 완전 마음에 드네요 ㅎㅎ

갑자기 눈물이 왈칵 쏟아집니다.
우리 부모님께서도 얼마나 걱정을 하셨을지...
늘 괜찮다, 별일 없다 하시면서도
마음 한편이 얼마나 시리셨을지 ㅠㅠ

마음에 무지개가 가득하신 티아모님~
가족과 함께 따뜻한 시간 많이 가지시길 바래요.
오늘 하루 마무리 잘하시고 내일도 화이팅입니다^^

좋은 아빠인줄은 진작에 알고 있었고, 좋은 아드님인 걸 오늘 또 알게 됩니다. 역쉬 멋진 팥쥐님. 그리고 글도 잘 쓰세요. ㅎㅎ

언제나 칭찬만 해주시는 도잠님 덕분에 하루종일 즐겁습니다 ㅎㅎㅎ
오늘도 내일도 늘 평온하시고 가족분 모두 건강하시길 바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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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anks a lot!!

그중에서 제일 잘한 것은 부모님의 버킷리스트를 만들고 함께 하겠다고 약속한 것이다.

감동, 울컥ㅠㅠ
꼭 실천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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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님 감동까지 해주시다니 몸둘바를 모르겠습니다.
꼭 실천하겠습니다!!
단기 목표는 4년!! 아자아자!!

그러게요... 결혼한 자녀가 혼자 부모님을 찾아뵙는 건 걱정스런 일이 되었네요...
저도 제주도로 이사오고는 명절에만 겨우 찾아뵙고 있네요.
글을 보니 급 엄마가 보고 싶어집니다...

저도 이런 적이 처음이라 조금 낯설기도 했는데
그래도 가족은 가족이라 좋은 시간 보냈습니다
하이트님도 한 번 슬쩍 방문해 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