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의작가] 【단편】 파니 이야기

in zzan •  2 years ago  (edi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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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 또 흘렸다!”
밥을 입에 문 채로 의자에 미끄러질 듯 걸터앉은 아이가 떨어진 음식물의 행방을 찾아 식탁 밑으로 몸을 기우리며 종알댔다.
“냉큼 먹기나 혀. 우째 밥을 노배기 물고 있냐....”
아이를 건너다보며 잔소리 하는 노인의 숨소리가 거칠다. 겨울 저녁의 짧은 햇살이 부엌 창으로 들어와 잠깐 핥고 지나간 식탁 위에 파리한 형광등 불이 내려앉았다. 계란 프라이, 김장 김치, 조미 김과 언제 먹던 건지 가장자리가 눌어붙은 김치찌개 냄비가 놓여 있다.
“아빠는 오늘 늦는 다냐? 즌화는 느 봤어? 어이쿠 다리야. 벵원도 가야 허는디”
“어, 오늘 일곱 시에 퇴근한대. 빨리 온댔어.”
의자에서 내려온 아이가 제 밥그릇과 숟가락을 까치발을 하고 설거지통에 넣었다.
“그런데 할머니, 여섯 살이면 이제 다 큰 거지이?”
아이의 말을 들었는지 못 들었는지 노인은 약봉지가 그득히 들은 상자를 뒤적거렸다. 아이는 거실 소파로 폴짝 뛰어가며 리모컨을 챙겨서 버튼을 눌렀다. 거실서 혼자 보험 가입시 안마기를 준다고 시끄럽게 떠들던 화면이 냉큼 만화 채널로 바뀌었다. 화면 속의 짱구는 무척 신이 나서 사람들 앞에서 엉덩이를 까고 부리부리 춤을 추었다. 아이는 짱구처럼 바지를 내리고 춤을 출까하다가 얼마 전 아빠에게 혼났던 일을 떠올리고 참았다. 대신 검지손가락 끝으로 아픈 이빨을 더듬으며 짱구의 친구 유리가 분을 참지 못하고 토끼 인형에게 주먹질 하는 모양을 골똘히 쳐다보았다. 이빨이 아프지만 아직은 말하지 않을 셈이다. 치과는 딱 질색이다.
“야야, 양치질 혀야지. 안 그럼 벵원 가야 는디, 누가 델구 갈껴?”
굼뜨게 식탁을 치우던 노인이 도로 의자에 주저앉으며 마디가 울퉁불퉁한 손으로 무릎을 문질렀다. 소화가 안 되는지 꺼억, 억지 트림을 내뱉었다.

김기수가 술 냄새를 약간 풍기며 잠든 아이를 안고 집으로 향한 시간은 열 시가 넘어서였다. 어지간해서는 술 약속을 잡지 않는 그이지만 오늘은 한 잔 안할 수 없었다. 안면 있는 조선족으로부터 장미정의 근황을 들었던 것이다. 장미정은 지금 안고 있는 딸을 낳고 3년을 살다가 이혼한 여자다. 일본은커녕 서울에서 개차반으로 살고 있더라고 조선족의 말했다.
‘불쌍한 자식. 에미 잘못 만나서.....’
장미정이 데리고 나간 후꺼를 생각하니 마음에 축축함이 밀려왔다. 출생신고도 못한 애를 기수가 자기 앞으로 올려줘서 겨우 취학 통지서를 받았었다. 제 엄마가 집에 있어도 늘 밖으로 나돌아 다녔다. 싫어, 배고파 등 생존에 필요한 최소한의 말만 했고 한글을 가르쳐 주려 해도 영 집중을 못 했다. 그렇다고 지능이 모자라는 건 아니고 자세히 뜯어보면 귀염성 있는 얼굴인데 하고 다니는 꼬라지가 형편없어 누구도 그 애를 자세히 보려 하지 않았다. 어디를 쑤시고 다녔는지 꼬질꼬질한 몰골로 그래도 제 동생이라고 파니를 물끄러미 들여다보던 녀석이 떠올랐다.
모친의 아파트에서 나온 기수가 귀를 에는 밤바람에 몸을 숙이고 한 동 건너에 있는 자기 아파트의 엘리베이터에 들어와 버튼을 누르자 아이가 뒤집어씌운 기수의 점퍼 속에서 꼬무작 거린다.
“아이, 술 냄새. 근데 아빠, 여섯 살이면 다 큰 거지이? 할머니는 모르나봐.”
“우리 파니, 깼어? 춥지? 여섯 살이면 다 큰 거지. 혼자 옷도 입고, 밥도 먹고, 할무니 심부름도 하고. 근데 왜?”
“음... 어떤 친구를 봤는데, 도서관에서 봤는데, 책을 막 빼서 막 놓구, 엄마.... 음... 뭐 엎지르고 했어.”
기수의 마음에 찌르르한 것이 휙 지나갔다. 아이가 엄마라는 단어를 피하려는 기색이 역력했기 때문이다.
“오늘도 도서관에 갔어? 차 위험한테.... 고모한테 데려다 달래지.”
“아니, 저저번에 갔는데 이젠 재미없어. 안 가.”
은산시 시립도서관은 아파트 후문 쪽에 있는 누나의 미용실에서 남쪽으로 네거리 신호만 건너면 있다. 아이는 뭔가를 곰곰이 생각하는 눈치더니 병아리처럼 하품을 했다. 분홍색 머리핀이 귀 옆까지 흘러 내려왔다. 기수는 아이를 꼭 끌어안으며 볼에 뽀뽀를 했다. 불 꺼진 빈 집에 들어선 부녀는 잠시 수선을 떨다가 바로 잠자리에 들었다. 새근거리며 잠든 아이를 내려다보며 기수는 아이가 어서 컸으면 했다가도 이대로 머물렀으면 좋겠다는 애잔한 감상에 젖어 들었다.

장미정은 생글생글 잘 웃었다. 은산시에 원룸 건설 바람이 불어 땅을 가진 사람은 너나없이 건물을 올리는 덕분에 건축 기술자 김기수의 지갑도 꽤 두둑할 때였다. 먼지 낀 목구멍을 삽겹살과 소주로 달래고 입가심으로 맥주 한잔 더 하자는 동료들을 따라 간 호프집에서 그녀를 처음 보았다. 그녀는 친구인듯 한 여자와 생맥주 잔을 앞에 두고 있었는데 이쪽 테이블 남자들의 동물적인 눈빛도 아랑곳없이 살살 웃었다. 취기 거나한 누군가가 치킨을 시켜주자 어쭈, 치킨을 접시 째 들고 건너오는 게 아닌가.
여자들은 연변에서 온 조선족이었다. 서울에서 살다가 은산시에 일자리 찾아온 지 십여 일 쯤 되었다고 했다. 취해서 무람없는 막노동꾼들의 허세를 담담히 또는 대담하게 받아 넘기는 여자들을 기수는 똑바로 보지 못했다. 그는 집안에서도 포기한 독신남이었고 연애 경험이라곤, 그것도 경험이라고 친다면 이십대 끄트머리에 서너 달 만났던 여자가 전부였다. 지금은 이름도 기억할 수 없는 그 여자는 ‘기수씨, 참 답답한 타입이네요.’라고 하더니 연락을 끊었다. 친구들은 ‘손 한번 못 잡아 본겨? 이런 답답이’라며 각자 제 가슴을 쳤었다. 그럼에도 기수가 황제경락마사지의 약도가 그려진 명함을 받아 슬그머니 주머니에 챙긴 것은 장미정이 ‘이혼했어요. 애도 하나 있구요.’ 이 말 때문이었다. 서른을 갓 넘긴 여자와 오십 줄에 들어선 남자지만 일말의 가능성이 없으란 법 없잖은가.
그런데 일이 되려고 했는지, 며칠 후 누나네 미용실을 들렀다가 거기서 장미정을 본 것이다. 십 수년 째 같은 자리를 지키고 있는 미용실은 늘 그렇듯 파마 보자기를 뒤집어 쓴 할머니와 마실꾼 두어 명이 낡은 소파에 앉아 잡담을 나누고 있었다.
왔느냐고 전면 거울을 통해 눈인사를 건넨 누나가 의자에 앉은 손님의 머리에 헤어드라이어를 디밀었을 때 손님이 고개를 홱 돌려 웃음을 지었다.
“아, 안녕하세요? 저 기억 안 나세요? 저번에.... ”
여자는 동포라도 만난 냥 반가워했다. 당황한 기수는 인사도 제대로 못하고 급히 처리해야 될 일이라도 생긴 듯 붉어진 얼굴로 미용실을 나갔고 그런 뒷모습을 누나가 유심히 쳐다보고 있었다.
나중에 듣기로 누나 김기숙은 장미정이 미용실에 올 때마다 호구조사를 했고 급기야 미용실로 짜장면을 배달시켜 같이 먹으며 여러 가지를 알아냈다. 그리고는 쇠뿔도 단김에 뺀 정도를 넘어서 빼낸 눔을 재어 보고는 날을 잡아 두 사람을 카페에 마주 앉혀 놓았다. 둘의 반응이 나쁘지 않은 것을 보고는 아이는 자기가 봐 줄 테니 가까운 데라도 놀러갔다 오라고 등을 떠 밀었다.
그녀가 자기 동생과 장미정을 적극 밀어 붙인 결정적인 이유는 그 전날도 주공 임대 아파트에서 노인네가 혼자 죽어 나갔다는 소식 때문이었다. 경적도 없이 조용히 경찰차와 구급차가 왔다 가면 십중팔구는 고독사나 자살이다. 남 일이 아니게 된 할머니들은 그 망자와 마주친 경험에 소문과 걱정을 버무려 미용실에 풀어 놨다. 사는 게 별거 아니다, 더 늙기 전에 재미나게 살아야 한다는 게 모두의 결론이었다. 그러고 싶은데 기숙에게는 자식들이 눈에 띄기만 하면 앓는 소리가 높아지는 친정 엄마가 있었다. 이 노인네는 어찌된 일인지 은산시의 의사와 약국을 불신하고 무조건 서울만 고집해서 자식들을 더 피곤하게 했다. 거기에 벌써 흰머리가 허옇게 올라오는 노총각 동생이라니.
요즘 기숙은 세상에서는 벌써 한 물 갔다고 취급받는 인터넷 카페에 빠져 있었다. 사별한 지 오년, 아들 하나 있는 거 장가보내고 나니 맥아리가 없고 만사 귀찮았는데 미용사들과 틈틈이 채팅을 하고 거기서 알게 된 중늙은이와 개인적으로 카톡을 주고받다보니 혼자라는 생각이 안 들었다. 이 남자는 찌개나 닭볶음탕, 어떤 날은 나물 무침 사진을 카페에 올렸는데 다들 달려들어 한두 마디씩 보탰고 어찌나 재담들이 좋은지 웃다가 잠들 수 있었다. 기숙은 자신의 작은 즐거움을 방해받고 싶지 않았고 돌봐야 할 사람은 엄마로도 충분했다.
어쨌거나 처음 보는 젊은 여자가 미용실 문을 밀고 들어 와 첫마디를 꺼냈을 때 딱 조선족임을 알아 봤는데 말을 붙여 보니 여간 곰살맞은 게 아니었다. 돈 벌러 한국에 왔다가 나이 먹은 남자를 만났고 애도 하나 낳았다고 했다. 남자 사업이 급작스레 기울더니 그대로 폭삭 가라앉았고 그 충격으로 풍까지 맞아서 인사불성인 것을 본 마누라가 데려갔다고 했다. 아이라도 받아 달라고 그 집에 찾아 갔는데, 남자는 아무도 없는 빈집에 누워 말도 제대로 못하고 닭똥 같은 눈물만 흘리더란다. 아는 사람 소개로 은산시에 내려 왔고, 마사지 샵에서 일해서 두 식구 먹고 산다고 했다. 애는 어디에 맡겼냐고 물었더니 집에 있을 거라고 무심하게 대답하는 것이 좀 걸리긴 했지만 기숙은 남동생과 하나 받고 하나 줘서 짝 맞추면 괜찮겠다고 결론을 내렸다.
사실 김기수는 그날 이후로 자기에게도 두근거릴 줄 아는 심장이 있다는 것이 몹시 어색하면서도 대견했다. 세 달 만에 결혼식을 올렸고 모아 놓은 돈으로 오래된 아파트나마 사서 새로 싹 꾸몄다. 그의 행복은 아내가 임신했을 때 극에 달했다. 그를 아는 사람들은 ‘낼 모레 환갑이 애를 낳는다’고 놀렸지만 저절로 입꼬리가 올라갔다. 가끔 장미정의 아들 후꺼가 말썽을 부리는 것만 빼면 그야말로 인생은 아름다웠다.
왜 아이 이름이 ‘후꺼’냐고 했더니 장미정은 자기가 좋아하는 중국 남자 배우 이름이라고 했다. 역시 아내는 젊었다. 기수는 비슷한 발음 찾아 후꺼를 ‘김훈서’로 출생신고를 했다. 딸아이가 태어나자 이번에는 ‘파니’라고 짓겠다고 고집을 부렸다. 서양 사람도 아니고 장사꾼도 아닌데 왠 파니야? 김파니? 이상하잖아 했더니 판빙빙에서 따왔다나. 기수는 고심한 끝에 파니 대신 ‘김환희’로 출생신고를 해버렸고, 유치원에 입학한 파니는 선생님이 자기 이름을 잘못 불렀다고 했었다.
그보다 문제는 파니를 낳은 다음 아내의 행동이었다. 돈을 달라고 하더니 집안에 더 이상 쌓아 놓을 데가 없을 정도로 물건을 사들였다. 오천 원짜리 싸구려 티셔츠부터 꽤 비싸 보이는 원피스까지 애들과 자신의 옷가지를 사 날랐다. 비슷비슷한 티셔츠가 이 방 저 방에 쌓였다. 누나에게 털어 놓으니 산후우울증으로 그럴 수도 있다고 해서 말없이 견디었다. 그러더니 아이 젖을 떼기도 전에 술에 취해 들어오기 일쑤였다. 말로는 고향 사람을 만나서 반가운 마음에 한잔 했다는데, 그가 보기엔 고향이나 가족에 대한 정이 대단해 보이지는 않았다. 결혼 전 가족에 대한 언급은 아버지 죽고 나서 엄마가 자기를 친척에게 맡기고 시집을 가버렸다고 덤덤히 말한 것이 다였다. 부부싸움이 시작되었고, 금 간 유리 문짝처럼 그들은 위태로웠다. 기수가 지금도 이해할 수 없는 것은 아이들 옷가지는 그렇게 사들이면서 정작 애들을 자세히 보려 하지 않는 것이었다. 일 하다가도 모르는 전화가 걸려와 혹시나 하고 받아보면 후꺼가 시장통 가게에서 음식을 집어 먹었다거나 진열해 놓은 상품을 발로 걷어찼다는 것이다. 나중에는 은산시 서부 파출소 청소년계 담당자와 친분이 생길 지경이었다. 아이가 시장통을 쑤시고 다닐 때 에미는 젖먹이만 데리고 황제경락마사지샵에 드러누워 있거나 호프집에서 시시덕거리고 있었다.

파니가 세 살이 되던 해 장미정은 이혼을 요구했다. 두 아이를 늙은 시모나 미용실에 맡겨 놓고 함흥차사일 때 김기수는 아내에게 남자가 생겼음을 직감했다. 적반하장으로 당신같이 돈도 없고 앞뒤가 꽉 막힌 사람과는 못살겠다, 일본으로 돈 벌러 가겠다, 언제 들어도 걱센 연변 억양을 쏟아 낼 때는 북방의 한기마저 느껴졌다. 기수는 아내의 씀씀이와 정력을 감당할 수 없음을 진작에 인정하고 있었다. 미정은 구정물 위에 떠있는 복사꽃 같은 여자였다.
기숙 입장에선 자신의 사람 보는 눈이 물 건너 온 사람에게는, 그게 동포라도 안 통할 수 있음을 깨닫고 발등을 찍고 싶은 심정이었다. 근본 없는 여자라고 결혼을 반대한 노친네에게 어떤 시댄데 그런 고리타분한 말을 하냐고 우겼던 자신을 뼈아프게 후회했다. 현실은 ‘다문화고부열전’과 너무 달랐다.
후꺼는 당신 자식이 아니니 데리고 가겠다고 선심이나 쓰듯 장미정이 말했는데 기수는 오히려 아이가 불쌍했다. 그것이 벌써 3년 전이다. 일본으로 갔으면 좋으련만 먼지바람에 날리는 쓰레기처럼 근황이 들릴 때마다 한숨이 나오면서 파니의 얼굴을 들여다보게 되는 것이다. 아이는 에미처럼 살면 안 된다. 그래서 만화를 따라 엉덩이 까는 춤을 흉내 내었을 때 그 맑은 눈동자에 눈물이 고이도록 혼을 낸 것이다.
“기집애가 얼마나 깜찍한지 몰라. 미용실에 와 있으면 손님들이 다 이쁘다 해. 혼자 도서관에 가서 책 보다 오는 거 봐. 똑똑하고 야무져.”
동생 듣기 좋으라는 말이지만 누나의 말은 기수를 웃음 짓게 했다. 파니를 위해서라면 심장이라도 내놓겠지만 시집보낼 때까진 무슨 일이 있어도 살아야 한다. 그것도 건강하게 돈도 최대한 저축하면서.

다음날 아침 일찍 아이를 챙겨서 모친 아파트의 문을 따고 들어갔다. 푸석한 얼굴로 아들과 손녀를 맞은 노모가 오늘은 병원 가는 날이라 오후엔 미용실에 데려다 놔야 한다면서
“내 아니면 저것 누가 거두나. 저거 봐서라도 내가 오래 살어야 허는디, 다리는 자꾸 쑤시고, 혈압약도 서울 가서 받아와야 허는디 가도 못 허고.... ”
앓는 소리를 했다.
“엄마, 약은 은산이나 서울이나 한가지유. 파니야, 할무니 말 잘 듣고 유치원 잘 댕겨 와야 혀? 알았지?”
“응, 아빠 걱정 마. 내가 할머니 잘 돌볼게. 이제 도서관은 안 갈 거야. 거기 애들은 철떡이 없어. 음료수 엎지르고 자기 엄마더러 닦아 달래”
제 할머니에게 들은 철딱서니라는 말의 두 글자만 종알대는 아이를 사랑스런 눈초리로 들여다보며 웃는 눈가에 잔주름이 그득하다.
“걔들은 증말 철딱서니가 읎네. 우리 파니가 의젓하지. 아암...”
휴대폰 화면을 열어 시간을 확인한 기수가 벌떡 일어선다. 뽀뽀와 빠이빠이의 시간이 지나고 현관이 닫히자 아이는 얼른 리모컨을 집어 들어 아동 프로그램 채널을 누른다. 어젯밤보다는 한결 잘 묶여진 양 갈래 머리카락이 작은 어깨 위에서 간들거린다. 광고만 끝나면 유치원 버스를 타러 내려가기 전까지 조금 볼 수 있을 것이다. 아이가 겨울왕국의 엘사보다는 짱구에 몰두하는 이유를 어른들은 물론 자신도 잘 몰랐다. 다만 어른들 몰래 자꾸 불러 보는 엄마라는 말 뒤에 일본이라는 단어가 따라 붙은 것을 기억했고, 짱구는 일본 만화인데 비교육적이니 보여주지 말라고 고모가 할머니에게 말했었는데, 할머니는 그런 거 잘 모른다. 무엇보다 짱구는 재미나다.
유치원 버스의 경적을 확인한 파니는 제 아비가 ‘김환희’라고 검은 매직으로 크게 쓴 노란 가방을 서둘러 메고 할머니의 손을 잡았다. 경비원이 아무리 닦달을 해도 늘 그대로인 옆집 복도의 잡동사니를 지나 엘리베이터를 누르며 파니는 할머니의 얼굴을 빤히 올려다보았다. 혹시라도 입술 주변에 붉은 김칫국물 흔적이 묻어 있을까 해서다.
“할머니, 병원 갔다 올 거야? 잘 갔다 와. 차 조심 하고.”
엘리베이터 거울 속 조손이 서로를 바라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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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 말고 후속편이 있을 것 같은 작품입니다. (아니 있어야 해요!)

바쁘신 글로리님께서 읽어 주시다니 몸둘 바를 모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인물들 묘사 끝났으니 이제 본편으로 가자 횽아!!!

아이, 부끄러워....
읽어줘서 고마워 횽. 돈 버느라 바쁠텐데...

글이 너무 좋습니다.
한눈에 주변이 다 들여다 보이는~~

데헷.... 감사합니다. 별거 아닌 긴 글을 읽으시느라 고생하셨어요.

도잠님의 직업이 궁금해집니다. 아마추어가 아니라 프로 작가님이신 듯 합니다.

에이... 부끄럽사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할 따름입니다. ^^*

맞아요~~저도 궁금해지네요^^

글을 쓰시는 분이셨군요. 게다가 소설을..짱구가 나오는 대목에서는 엉덩이 까놓고 요리조리 엉덩이 춤을 따라 추는 우리 막내가 생각나 웃었네요. 저도 짱구는 비교육적이라 싫어하지만 말이죠~
그래도 아빠가 정상적인 것 같아 다행이에요. 대부분 현실이나 소설에서는 아빠가 술주정뱅이에 가정폭력범으로 곧잘 묘사되잖아요~~ㅜㅠ

긴 글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누구라도 붙잡고 살아야지요. ㅎㅎ

@dozam님 프로셨군요. 묘사가 쩌는데요… 아이고 깜딱이야. 한숨에 쫙 읽었습니다.

프로라니요, 벨말씸을 다하시네요.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 글을 이제야 읽다니!!
이번에도 장원은 도잠님 몫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