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의 작가 응모작품 –단편] 며느리발톱

in SteemZzang •  6 months ago 

며칠 전부터 양말 신고 벗기가 불편했다. 처음엔 그러다 말겠지했다. 그런데 날이 갈수록 더해 생각없이 양말이 스치면 깜짝 놀라게했다. 발톱을 깎을 때 바짝 잘라냈는데 그새 자라면서 거스러미가 일었나 했다.

손톱깎기를 찾아들고 양말을 벗었다. 문제의 발가락을 살펴보니 발톱엔 별 이상이 없었다. 다 며느리 탓이었다. 며느리발톱이 자라면 옆으로 삐져나오거나 고개를 쳐들면서 돌출되어 양말에 걸린다. 그럴 때마다 양말이 뜯기면서 발가락끝에 날카로운 통증을 유발한다. 한 번에 잘라내기도 쉽지 않다. 보기보다 깊게 박혀 있어 자칫 발가락에 상처를 입힐 수가 있어 조심해서 몇 번을 잘라야 했다. 한 몸에 붙어 살아도 끝까지 함께 할 수도 없고 막상 제거하기도 어려운 존재였다.

신혼여행에서 돌아와 노랑 저고리에 진분홍 치마를 입고 큰 절을 하는 모습은 오히려 낯설었다. 어릴 적부터 이웃에서 자라서 딸 같은 아이였다. 학교 갈 때도 같이 어울려 다녔고 여름에 불어난 개울물에서 미역감고 놀 때도 아이들은 아침부터 하루 종일 같이 다니다 저녁에 해 떨어질 때야 헤어져 집으로 갔다.

그것도 학교 다닐 때는 덜 했다. 방학만 하면 그 날부터 책가방 내 던지고 방학숙제는 어떻게 하는지 마는지 들로 산으로 남의 원두막으로 왼종일 쏘다녔고 겨울 방학에도 마찬가지였다. 중학교를 가면 덜 하겠지 했는데 그것도 아니었다. 학교에서 끝나고 어두워져서야 같이 와서 집 앞에서 헤어졌다. 휴일이면 아이들이 그 집 아니면 우리집에 몰려 있었다.

대학을 가고 아들이 군대를 다녀 올 동안 그애는 졸업을 했고 큰 병원에서 간호사로 일했다.
눈치 볼 것도 없이 삼년 내내 면회도 다니고 용돈도 대면서 군대 뒷바라지를 했다. 복학해서 졸업하고 은행에 들어갈 때까지 기다린 그 집에서 먼저 결혼얘기를 들고 나왔다. 당연한 순서였다.

따로 상견례를 할 것도 없었다. 양쪽 집이 수저가 몇 개인지 다 알고 밥이 끓는지 죽이 끓는지 안 보고도 아는 처지에 날짜 잡는 일만 남겨놓고 있었다. 봄이 가기 전에 동네 가까운 예식장에서 식을 올렸다. 그리고 시설 좋은 병원에 근무한 덕이었는지 가을이 오면서 아들을 쏙 빼닮은 손자를 낳았다. 그리고 연년생 손녀를 안겨주었다.

간호사 월급도 꽤 되고 연년생 손자 손녀를 안겨준 며느리가 대견했다. 고시공부하느라 결혼을 미룬 큰아들 눈치를 보면서도 어린것들만 보면 입이 귀로 갔다. 생긴 것도 예쁘고 가르쳐 주지 않아도 한글을 깨쳤다. 오다가다 마주친 사람앞에서도 입만 열면 저절로 자랑이 나왔다.

자랑 끝에 불이 난다고 했다. 큰 아들이 고시에 연달아 낙방을 해도 그러려니 했다. 장가 잘가 예쁜 손주들 안겨준 작은 아들이 하루 아침에 실업자가 되었다. IMF에 지방은행이 합병을 했고 아들은 명퇴금을 받고 퇴직을 했다. 그 돈으로 경매를 나온 집을 사서 재미를 보았다. 그 때까지만 해도 아들의 머리와 운을 믿었다.
손자가 입학을 하고 손녀도 유치원을 다녔다. 아들은 여전히 바쁘고 며느리도 병원에서 직책이 올라가면서 바쁘다고 했다. 그리고 다음 해에 지방에 있는 병원 간호과장으로 간다고 해서 되는 집은 어떻게든 된다고 했다.

손녀딸이 엄마를 찾고 울면 다음주에 꼭 온다고 달랬다. 그래도 몇 해 동안은 한 달에 한 두 번 아이들을 보러 왔다. 아이들 선물과 시부모 내복이라도 챙겨오는 며느리에게 미안했다. 아이들과 놀아줄 시간이 부족해도 시장 봐서 찬거리도 장만하고 고기라도 끊어놓고 가는 며느리가 고마웠다.

늘 바쁘다는 아들이 경매 받은 건물이 묶였다고 머리를 쥐어뜯었다. 한 번씩 집에서 돈을 융통했다. 아들이 손을 벌리는 일이 잦아지면서 집안처럼 지내던 사돈과 다투는 일도 그만큼 많아졌고 급기야 대낮에 시장통에서 멱살잡이를 하는 일이 벌어졌다. 며느리 월급에 손을 대기 시작했고 아들은 연락이 끊겼다.

며느리는 게속 눈물을 훔쳤다. 목소리도 잘 나오지 않았다. 아이들 둘을 데리고 가는 것으로 합의를 보았다고 했다. 위장이혼이라는 말을 듣기는 했지만 그건 남의 나라 얘기로만 알았다.
며느리는 고개도 들지 못하는데 아무것도 모르고 엄마와 함께 산다고 좋아하는 아이들이 웃으면서 인사를 했다.

조심 조심 발톱을 깎는데 노란 유치원 버스가 지나가는 게 보였다. 노란 버스가 개나리처럼 가물거리며 골목길을 벗어났다. 갑자기 발가락 끝이 뜨거웠다. 눈앞엔 개나리가 한 창인데 발가락에서 빨간 핏방울이 배어나온다. 잘라낸 며느리발톱도 뿌리는 내 발톱이었다.

Authors get paid when people like you upvote their post.
If you enjoyed what you read here, create your account today and start earning FREE STEEM!
Sort Order:  

ㅠㅠ 눈물나는 작품이네요.
내 배 아파 난 며느리는 아니더라도 어릴 적부터 보아오던 아이였는데...
안타깝고 슬픈 작품입니다.

마음 아픈 일입니다.
위장 이혼 자체는 위법이지만
나중에 다시 만나 화목한 가정 이루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