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의 작가 응모작- 단편] 풀리지 않은 그 쓸쓸함의 정체

in SteemZzang •  5 months ago 

오리쯤 떨어진 학교가는 길은 놀이 시간이었다. 봄이면 하루하루 변하는 연록의 축제 속에서 그림자 밟기 놀이를 하다보면 벌써 학교에 도착했다. 조금만 지나풀이 무성해지기 시작하면 책보를 둘러맨 남자애들이 밭두렁을 타고 내려가 삘기를 한 움큼 따서 하나씩 나누어주면 맛있다고 먹으면서 달려갔다. 어떤 때는 시경이라고 불리는 시큼시큼한 줄기를 먹기도 하고 그 때는 간식 거리가 없어도 입이 심심할 새가 없었다.

그날도 학교 끝나면 찔레순이 많은 곳을 알고 있는 아이들과 같이 가기로 약속하고 수업이 끝나기만 기다렸다. 점심 시간이 지나고 바로 다음 시간인 5교시였다. 우리가 무슨 잘못을 했는지 모르지만 선생님께서 몹시 화가 나셨던 것 같았다. 선생님 목소리는 쩌렁쩌렁 온 교실을 울렸다. 갑자기 모두 책상위에 올라가 무릎꿇고 눈을 감고 팔을 머리위로 들고 있어야 했다.

시간이 조금 지나자 팔이 떨어지는 것처럼 아팠다. 어떤 친구가 팔을 제대로 들지 않았는지 선생님은 몽둥이로 아이들 머리를 때리는 소리가 콩, 콩 울리고 여기저기 우는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팔이 끊어지는 것 같아 도저히 참을 수가 없어 집게 손가락을 뻗어 다른 손으로 잡았다. 그 정도만 해도 훨씬 힘이 덜 들었다. 그런데 발이 저리다 못해 바늘로 여기 저기 찌르는 것 같았다.

교단위에서 계속 발자국 소리가 들리더니 칠판에 분필로 글씨 쓰는 소리가 났다. 샛눈을 뜨고 보니 선생님은 큰 글씨로 바닷가에서라고 쓰시고 앞뒤로 따옴표를 하셨다. 그리고 창가로 가셔서 창문을 열고 노래를 부르기 시작하셨다. 그 때는 그 노래가 무슨 노래인지 모를 때였다. 한참 노래를 하시던 선생님께서 교단으로 돌아오셨다. 그리고 우리가 하도 말을 않듣고 속상하게 하셔도 노래를 불러보셨다고 말씀하시며 모두 눈 뜨고 팔 내리라고 하셨다. 그리고 책상에서 내려와 앉았다.

수업을 마치고 모두들 집으로 돌아오면서 선생님이 왜 화가 나셨는지 얘기를 했지만 아무도 이유를 몰랐다. 우리는 그냥 찔레가 있는 곳으로 갔고 우리는 낮은 가지에 있는 찔레순을 꺾었고 키가 큰 친구가 높은 가지에 있는 것을 꺾었다. 한 친구가 손으로 가지를 잡고 꺾다 갑자기 놓으면서 찔레나무 가지가 옆에 있던 친구의 턱밑을 스쳤다. 가시가 박히지는 않았지만 받아쓰기에 틀렸을 때 그어진 빨간 색연필 자국처럼 선명한 생채기를 달고 돌아왔다.

산굽이에 접한 길을 지나다보면 찔레순이 파랗게 돋는다. 찔레순을 꺾으러 다니는 아이들은 보이지 않지만 그 시절의 추억은 지금도 찔레순처럼 자라고 있다. 그날 선생님께서 부르신 노래가 안다성의 바닷가에서라는 노래라는 것을 알게 되기까지는 오랜 시간을 필요로 했다. 그리고 선생님의 마음을 짐작해 보기까지는 더 오랜 세월이 지나야했다.

그날 얼굴에 그어진 빨간 생채기를 들키지 않으려고 손으로 가리고 들어와 잘 자는 동생을 깨워 달랜답시고 업고 다닌 친구처럼 선생님 마음에 자리잡았던 그 쓸쓸함의 정체에 대해서는 지금도 의문으로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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