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 한 조각

in SteemZzang •  4 months ago  (edited)

어제가 어머니 기일이었다.
막내인 우리가 제사를 모시게 되면서 남편은 몇 번이나 미안하다고 했다.
그렇게 미안할 일도 아닌데 미안하다고 하는 걸 보면 아직도 우리 의식이나 생활에 관습이 지배하는 부분이 많은 것 같다.

제사를 모시고 음복을 마치고 모두 헤어진 다음 남편이 얼큰 해서 설거지를 도와준다고 하는데 마다하고 내일 하겠다고 했다. 즐겁게 하는 것도 아니고 미안해서 하는 사람에게 그것도 새벽 출근해야 하는 사람에게 설거지까지 시키고 싶지는 않았다.

시어머니께서 돌아가신지도 벌써 3년이 지났다.
어머니께서는 생전에 막내 아들을 사랑하셨던만큼 막내 며느리인 나를 귀여워해주셨다. 잘 따르고 뭐든 잘 먹고 연년생 아들을 낳으면서 우리 막내며느리를 입에 달고 사셨다. 아이들 보고 싶다고 하시며 집에 오실 때마다 온갖 좋다는 것을 다 싸오셨다. 힘들다고 그러지 마시라고 말씀드려도 소용이 없었다.

그렇게 다정하시던 어머니께서 갑자기 응급실이라는 전화를 받고 달려갔을 때는 도저히 믿을 수 없는 광경에 그 자리에 주저앉을 것만 같았다.

그 정갈하시고 정 많던 어머니께서 대소변을 받아내게 되었다. 병원에 계시다고 별 차도가 없자 형제들은 의논을 끝에 요양원으로 모시게 되었다. 환경이나 시설이 좋다는 요양원에 모셨지만 돌아오는 마음은 하늘 한 쪽이 무너져 내리는 것 같았다. 처음엔 형제들이 돌아가면서 자주 면회를 했지만 그것도 시간이 지나면서 뜸해져갔다.

어느덧 첫눈이 오고 날은 겨울로 접어들고 있을 때였다. 말씀은 못 하셔도 아이들을 보고싶어 하실 것 같아 방학이라고 일찍 온 아이들을 데리고 요양원으로 향했다. 어머니는 잠이 깊이 드셨는지 손을 잡고 수척해진 얼굴을 만져보아도 모르셨다. 이불 속으로 손을 넣어보니 습기가 느껴졌다. 이불을 들추고 등을 돌리게 하고 살펴보니 욕창이 심했다.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돌아가신 친정엄마 생각이 겹치며 눈물이 걷잡을 수 없었다.

전화를 받은 남편이 달려와 퇴원 수속을 했다. 집으로 모시고 오면서 어깨를 감싸안고 오는 동안에도 어머니는 아이들 이름만 부르셨다. 집 근처 병원에 들러 욕창 치료를 받으며 주의사항을 들었다. 두 시간 마다 자세를 바꾸어 드리고 시간 맞춰 식사와 약수발을 했다. 듣지 못하셔도 옆에서 계속 얘기를 나누었다.

아이들에게도 틈만 나면 할머니에게 동화책도 읽어드리게 했고 자주 같이 있는 시간을 만들어드렸다. 그렇게 지내기까지 남편의 도움이 컸다. 그리고 진심으로 고맙다는 말을 하며 집안일을 거들었다. 형님들은 처음 몇 번 시아주버님과 동행해서 어머니 안부를 확인하고 돌아갔다. 그것도 몇 번으로 그치고 전화도 끊었다. 시아주버니들은 다녀가실 때마다 동서들과 비교하며 미안해 했다.

봄이 무르익을 무렵이었다. 창가에 꽃이 지고 초록비가 내리던 날이었다. 어머니께서 얼굴에 화색이 돌고 정신도 맑아지시는 것 같았다. 드시고 싶으신 것 없으시냐고 했더니 미역국을 드시고 싶어하셨다. 들기름에 미역을 볶으면서 소화 되기 쉽게 푹 끓이고 소고기는 아주 가늘게 찢었다. 국물을 떠서 입을 축여드리니 맛있다는 뜻으로 고개를 끄덕이셨다. 밥을 말아 몇 술 아주 달게 드셨다. 저녁에 참외를 수저로 긁어 드리니 한 모금 넘기실 때마다 손을 잡고 옅은 웃음기를 띠셨다.

창밖에 새 한 마리가 보였다. 창문을 열자 바로 품으로 날아들었다. 예쁜 새는 가만히 손바닥에 앉아 반짝이는 눈으로 바라보다 손바닥을 쪼는 듯하다 날아갔다. 휴일 아침 아이들이 일찍 잠을 깼다. 콩콩 거리며 거실을 뛰어다니고 있었다. 따뜻한 물을 들고 어머니 방을 찾았을 때 잠이 깊이 드신 것처럼 보여 그대로 나오려다 이상한 느낌이 들어 어머니를 불렀다. 남편이 건너와 어머니 이마를 짚어보고 큰 소리로 어머니를 부르더니 그대로 엎드려 울기 시작했다.

삼년이라는 시간이 석달처럼 지나갔다. 어머니께서 앉아계시던 자리에 앉으니 항아리 둘이 나란히 비를 맞는다. 이 항아리는 꼭 너에게 주고싶다고 하시던 항아리를 시골 집을 정리하면서 남편이 가지고 왔다. 항아리를 보면 어머니 생각이난다. 어머니께서 물려주신 경대 속에 시집오실 때 초례청에 있던 청실홍실과 사주단자도 얌전하게 어머니 떠나신 자리를 지키고 있듯 나는 지금도 어머니와 많은 얘기를 하며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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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어머니와 많은 이야기를 하며 지내신다니...
티아모님 덕분에 어머님께서 아픔없는 곳에서 평온히 지내실 것 같습니다...ㅠㅠ

읽는 동안 저도 모르게 눈물이 흐르네요.
연세가 있으신 부모님과 살다보니 tiamo1님게 고맙고 고맙다는 생각이 듭니다. 다행이네요. 어머니에게 tiamo1님이 있어서 항아리도 너무 이쁘네요.

눈물 나요
두 분의 사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