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의 작가 응모작 – 수필] 나그네를 대접하는 마음

in SteemZzang •  8 months ago 

예전에는 모두가 어려운 시절을 겪었다. 그러면서도 서로의 어려움을 이해하고 보살피는 마음은 지금보다 따뜻했던 것 같았다. 예전에 흉년이 들어 먹을 것이 없어 굶어 죽는 사람이 있던 시절에도 빅해를 받아 산골로 숨어 옹기를 구우며 살았던 천주교 교우촌에는 굶는 사람이 없었다고 한다. 그들은 초대교회의 모습을 본따 공동생활을 하면서 나눔을 실천했기 때문이었다.

지금은 그런 사람을 볼 수 없었지만 내가 어린 시절만 해도 구걸을 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그 때도 비록 반찬은 없어도 따뜻한 물에 밥이라도 말아먹게 했고 결코 맨입으로 보내는 일은 없었다. 탁발 하는 스님에게도 종교와 상관없이 쌀을 내 주었고 행상을 나온 사람들이 저물녘에 찾아오면 하룻 밤 재워보내는 모습도 흔히 보는 일이었다. 그때는 돈도 귀했지만 시골에는 음식을 사먹을 식당도 잠을 잘 숙박시설이 없어도 아무도 굶거나 노숙을 하는 사람은 없었다.

또 동네에 아기 갖은 젊은 여자가 마실이라도 오면 꼭 먹을 것을 주었다. 만약 임신한 여자를 마른 입에 보내면 너무 서운해서 기둥뿌리가 운다는 말이 있을 정도였다. 그리고 지금처럼 교통편이 좋지 않던 때는 전화기도 없었다. 동네에 상이라도 나면 당연히 마을 사람 전체가 장례준비를 했다. 젊은 사람들은 산역을 하고 여자들은 음식부터 수의를 짓는 일을 하며 일사불란하게 움직였다.

또 일부는 손수 쓴 부고를 들고 가까운 자녀나 형제의 집을 직접 방문해서 전달을 해야했다. 그럴 때 반드시 붉은 팥을 둔 찰밥을 지어 먹였다. 찰밥은 제때 식사를 못한 사람이 갑자기 밥을 먹으면 탈이 나기 쉬워 소화에 무리가 없는 찰밥을 했다. 거리가 너무 멀어 시간이 촉박하면 밥에 생팥이라도 씻어 군데군데 박아 냈다. 혹시 모른 좋지 않은 일을 막기 위한 예방이었다.

이렇게 나그네를 대접하는 마음은 질병을 대하는 마음에도 그대로 반영되었다. 비과학적이고 미신이라고 하기도 하겠지만 집안에 변고가 생기면 우선 터에 동티가 났다고 해서 밥을 해놓고 정성을 들였다. 그 뿐 아니라 지금은 예방주사를 맞고 있지만 천연두는 감염율도 높았고 얼굴에 후유증을 남기는 위험한 질병이었다. 그래서 이름부터 그럴 듯하게 지어 극진하게 대접했다. 마마 또는 손님마마라고 하며 앓고 있는 아이도 정성을 다 해서 돌보고 거스르지 말고 잘 대접해 흐뭇하게 여겨 스스로 물러가기를 바랐다.

모든 병을 하다못해 감기나 쳇기도 손님을 대하듯 대접하라고 했다. 그것은 병 자체가 아니라 환자를 잘 보살피고 섭생에 주의하라는 얘기다. 처음 듣는 사람은 자칫 병원이나 약이 귀하던 시절에나 있는 얘기라고 치부할 수도 있다. 물론 병이나면 병원에서 진료를 하고 약을 복용하는 게 맞다. 병이 나면 휴식이 필요하다는 몸의 신호일수도 있다. 이럴 때 잘 먹으며 쉬면 빨리 회복할 수 있다는 얘기다.

병이 싸워 이길 상대가 아닌 나그네로 보고 후히 대접하라는 말 흘려듣지 말고 새겨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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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을 되살리게 하는 글입니다. 오래전 조부께서 돌아가셨을 때 어린 눈으로 봤던 기억이 나요.